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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화] 내 생애 가장 활기찬 봄날
    ♡ 엠토리™ 2026. 6. 25. 19:01

    안녕하세요, 엠토리입니다~

     

    지난번에는 배움의 뜰에서 마주한 '회원님'들을 통해 시니어 강사로서의 사명을 다지고,
    미용실 거울 앞에 앉아 쉰 살의 나이에 염색하며 익어가고자 했던 성찰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저의 시선을 더 안쪽으로 옮겨,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쁨이 머무는 곳, 바로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시작되고 완성되어 가는 다정한 봄날을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지금의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수많은 인파 속에서 서로의 체온에 집중했던 풋풋한 벚꽃길의 기억과 세월이 흘러 그 아내가 낳아준 아이들이 거실에서 부르는 주문 같은 노래 속에 담긴 달콤한 일상의 행복입니다.


    🌸 벚꽃축제: 번잡함이 배경음악이 될 때

     

    벌써 15년도 더 지난 빛바랜 기억이다.
    나는 본래 사람 많은 곳을 즐기는 편이 아니다.
    사실,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조차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보는 성미가 아니었다.
    축제의 번잡함은 늘 피곤하게만 느껴졌고,
    해마다 반복되는 꽃의 화려함은 나와는 상관없는 타인의 풍경이라 치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기 전,
    연애 시절 함께했던 여의도의 벚꽃길은 나의 그 무심하고 딱딱했던 생각을 단숨에 무너뜨린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축제 현장의 길은 사람들에 밀려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붐볐다.
    평소의 나였다면 금방 지쳐서 발걸음을 돌릴 만한 피로한 길이었지만,
    그녀와 함께한 그날은 이상하게도 그 소란스러움이 전혀 싫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고백하자면 우리를 사방에서 밀어붙이는 그 인파가 내심 고맙게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 방향을 잃지 않으려, 혹은 서로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그 과정 자체가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밀려드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평소보다 훨씬 더 가까이 밀착해 걸어야 했다.
    어깨가 맞닿고, 체온이 전해지고, 맞잡은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주변의 소음 사이로 겨우 들리는 서로의 작은 목소리에 집중하려 고개를 가까이, 더 낮게 기울여야 했던 그 밀도 높은 시간들.
    그 순간, 내가 그토록 무덤덤하게 여겼던 꽃길과 진저리 치게 싫어했던 번잡함은 오직 우리만의 대화를 선명하게 돋보이게 하는 잔잔한 배경음악이 되었다.
    주변 세상의 소리가 커질수록 우리 얼굴의 거리는 비례해서 가까워졌다.

     

    꽃 자체보다 그녀와 가까워진 물리적인 거리,
    벚꽃 잎처럼 가볍게 주고받았던 작지만 다정한 속삭임들.
    혼자였다면 결코 발을 들이지 않았을 이 축제의 길이 그녀와 함께였기에 내 생애 가장 빛나는 봄나들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다행스럽다.
    맞닿은 온기만으로도 온 세상이 내 것 같았던 그 따스하고 행복한 봄날의 기억은 여전히 내 가슴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어느덧 강산이 변하는 세월이 흘러 풍경은 많이 변했을지 모르지만, 꽃 피는 계절이 돌아와 거리에 벚꽃이 흩날릴 때면, 나는 여전히 그 봄날의 풋풋한 설렘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화려한 꽃봉오리보다는 곁에서 묵묵히 같이 걸어가는 사람에게 오롯이 집중했던 그 연애 시절의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올 새로운 봄을 기분 좋게 기대한다.

     

    🤫 비하인드 이야기 (1)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던 무덤덤한 강사에게 벚꽃길의 소란함을 축복으로 바꾸어 주었던 인연.
    곁에 있는 단 한 사람에게만 온전히 집중했던 그 날의 풋풋한 공기를 담아, 책에는 아쉽게 싣지 못했던 미공개 시[사랑길]을 이곳에 꺼내어 봅니다.
    (위 사진은 여의도의 벚꽃이 아닌 남산한옥마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 

     

    🌸 사랑길 [미공개 시]

     

    봄바람에 꽃잎이 흩날리는 벚꽃길

    그 무심한 풍경 속을

    그녀와 가까이 맞닿아 걷다 보니

     

    밀려드는 사람들의 번잡함은

    우리를 위한 배경음악이 되고

     

    무덤덤했던 그 길은 어느새

    사랑 가득한 우리만의 봄이 되어 참 다행입니다.


    달달구리

     

    거실의 소파에 몸을 묻고 앉아 있으면 문득 입안이 텁텁해지며 기분 좋은 달달함이 간절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슬쩍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아들~, ~. 아빠 커피 한 잔 타 줄 사람?"

     

    내 목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집 안에는 작은 소란이 일어난다.
    서로 먼저 가겠다고 나서는 활기찬 발걸음 소리가 들릴 때도 있고,
    때로는 네가 해~”, “아냐, 지난번에 내가 했잖아라며 서로에게 순서를 미루며 장난 섞인 협상이 오가기도 한다.
    그 투닥거리는 소란함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마음 한구석이 몽글몽글해진다.
    아이들이 자라 사춘기를 지나면 부모와 멀어지기도 한다는데, 아직은 여전히 아빠의 소소한 부름과 부탁에 기꺼이 반응해 주고 곁을 내어주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다행스럽고 고마울 뿐이다.

     

    이내 주방에서 컵과 스푼이 부딪히는 달그락 소리와 함께 아이들만의 합창이 시작된다.
    나만을 위한 이 특별한 커피를 만들 때 그들이 반드시 불러야만 하는 일종의 신성한 주문 같은 노래다.

    '달달구리구리 왓쨔 링강공 링강공, 달달구리구리 왓쨔 링강공 링강공'

     

    나는 아직까지도 이 주문 같은 노랫말의 뜻을 알 수는 없지만, 아이들의 웃음 섞인 박자와 리듬이 그 자체로 최고의 레시피가 된다.
    뜨거운 물을 아주 조금 붓고 노란 믹스 커피 두 봉지를 털어 넣어 정성을 다해 젓다가 그 위에 조심스럽게 우유를 부어 완성하는 아이들표 믹스 커피 라떼’.
    아이들의 웃음 섞인 노래와 다정한 장난이 레시피가 되어 완성된 이 커피 한 잔은 세상 그 어떤 바리스타의 음료보다 진하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조심조심 들고 와 내미는 이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켜면 혀끝에 닿는 설탕의 달콤함보다, 가슴 깊이 스며드는 아이들의 온기가 훨씬 더 크다.
    "아빠, 맛있어?"라며 나를 빤히 마주보는 아이들의 기대하는 눈동자를 마주하는 순간,
    , 이것이 바로 행복이구나싶어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음이 난다.
    커피의 달콤한 기운을 빌려 남은 오늘 하루의 시간들을 더 너그럽게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는 또 아이들이 어떤 표정으로 엉뚱하면서도 다정한 주문의 노래를 불러줄까?
    소소하지만 확실한 내일의 기대가 달콤한 커피 향과 함께 거실 가득 차오른다.

     

    🤫 비하인드 이야기 (2)

     

    주방에서 들려오는 엉뚱한 노랫소리와 달그락거리는 소음이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화음으로 다가옵니다.
    아빠의 작은 부름에 기꺼이 응답해 주는 아이들의 온기를 느끼며 적어 내려갔던 두 번째 미공개 시 [달콤한 주문]을 함께 나눕니다.

     

    달콤한 주문 [미공개 시]

     

    입안이 슴슴해지는 오후

    거실로 던져본 다정한 미끼 하나

    "아빠 커피 타 줄 사람?"

     

    서로를 밀고 당기는 발소리 너머

    주방에서 들려오는 신비로운 주문

    '달달구리구리 왓쨔 링강공...'

     

    무뚝뚝한 아빠의 부름에도

    노래로 화답하는 아이들이 있어 다행인 시간

     

    노란 커피 가루 위에 우유 한 방울

    아이들의 웃음 두 스푼 섞어내면

    잔잔한 거품 위로 행복이 몽글몽글 피어납니다

     

    마지막 한 모금에 담긴 달콤한 온기로

    또 다른 내일의 노래를 기대하며

    나는 오늘의 '달달구리'를 마십니다

     

     


    🎁 소란스러움이 축복의 화음이 될 때

     

    돌아보면 내 생애 가장 활기차고 행복했던 순간들은 늘 기분 좋은 '소란함'과 함께였습니다.
    수많은 인파에 밀려 서로를 놓치지 않으려 손을 꼭 잡았던 벚꽃길이 그러했고,
    서로 아빠의 커피를 타겠다며 주방에서 컵을 달그락거리는 아이들의 소동이 그렇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고요하고 완벽한 평화만을 행복이라 생각하지만,
    진짜 행복은 나를 흔드는 세상의 소음 속에서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의 숨소리에 온전히 귀 기울일 때, 그리고 내 삶의 빈틈을 채워주는 가족들의 활기찬 웃음소리 속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의 일상에는 오늘 어떤 소란함이 머물고 있나요?
    그 소음들을 귀찮은 피로함으로 넘기기보다,
    내 곁의 소중한 이들이 보내는 다정한 배경음악으로 바꾸어 들어보시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지나온 청춘의 설렘을 다행스럽게 추억하고,
    거실 가득 피어나는 아이들의 달콤한 온기를 마주할 수 있어 참 다행이고 행복한 날입니다.

     

    다음에는 제 삶의 단단한 주춧돌이 되어주는 가족을 향한 묵직한 고백을 담은 [주춧돌]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오늘도 내 곁을 채워주는 다정한 소란함을 기억하며, 항상 행..하시길~^^


    2026.06.18 - [♡ 엠토리™] - [4화] 배움의 뜰에서 찾은 쉰 살의 사명

    2026.06.12 - [♡ 엠토리™] - [3화] 일상이 건네는 다정한 선물

    2026.06.03 - [♡ 엠토리™] - [2화] 아픔을 비워내고 맞이한 고요한 아침

    2026.05.24 - [♡ 엠토리™] - [1화] 내 삶의 깊은 뿌리, 그리고 상실(엄마와 외갓집 이야기)

    2026.05.22 - [♡ 엠토리™] - [0화] 출간 소식 및 연재 예고: 나를 '봄', 다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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